가좌지역 산단특화전시 - 작자미상의 단편선 기획전시

  • 전시일
    2025.10.17(금) ~ 2025.11.30(일)
  • 장소
    기타
  • 티켓
    관람무료
  • 관람연령
    전체관람
  • 문의처
    032)510-6066

전시소개

《작자미상의 단편선》은 무엇을 지역의 이야기로 ‘발견’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역의 장소성을 새롭게 부여하고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지금의 시간에서는 데이터화 된 정보가 일상과 신체를 구성한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남아있는 이상 길을 잃을 걱정은 없다. ‘스마트’함을 장착하고 위치에서 다음 위치로 옮겨 다닐 뿐이다. 인간에게 길을 ‘정처 없이’ 헤매는 감각은 빠르게 퇴화 중이다.

한편, 지역은 위치에 기반한 점이 아니라 선(line)적으로 끊임없이 자기의 시간을 잇고 있다. 현재의 분절된 장소성, 소멸된 이야기에서 서사적 장력을 회복하는 일, ‘정처 없이’ 그것을 발견하는 일은 어쩌면 예술이 해낼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전시를 함께 만든 5명(팀)의 작가들은 지역을 부동의 존재가 아니라 거듭 살아있는 하나의 유기체로, 지역을 명사에서 동사로 치환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각각의 단편들을 모아 하나의 서사로 직조해 냄으로써 위치 감각을 장소 감각으로, 정보 감각을 서사 감각으로 치환하는 것이 《작자미상의 단편선》이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경험이다.

 

요철과 구멍

김종범은 만석동이나 금곡동처럼 인천의 구도심을 중심으로 ‘두리번거리며’ 만난 요철들을 탁본으로 떠낸다. 요철은 탁본의 생명이다. 매끄러운 표면 위에서는 물감이 묻은 솜뭉치를 아무리 두드린들 매끄러운 색 면이 채워질 뿐이다.

김종범이 ‘쿰쿰한 삶의 흔적’을 찾아 심마니처럼 돌아다니며 뜬 탁본에서는 누군가가 애써 만들었을 삶의 질감을 실감하게 한다. 질서와 규칙, 미끈한 세련미의 대척점에 있는 이 장면들은 복제가 불가능하다. 〈인천의 질감〉에서 ‘질감’은 다양하다는 것의 다른 말인 듯하다. 김종범이 탁본 뜨기를 통해 드러낸 다양한 표면들은 균질성으로부터 탈주한다.

김종범의 〈인천의 질감〉이 익명의 사람들이 가꾼 삶의 파편들에서 비롯됐다면, FCS는 어딘가 구멍 난 듯한 풍경을 수집한다. 그것은 가꿔졌다기보다는 버려지거나 방치된 것에 가깝다. 딱히 쓸모를 찾기 힘든 것들로 바닥에 버려진 과자 껍데기, 물때 낀 텅 빈 수족관, 금 간 유리창과 타이어를 잃은 자동차 바퀴 등이 그 수집 목록에 들어있다.

FCS는 수집의 행위를 ‘보물찾기’라고 명명했는데, 멤버들이 같은 ‘디자인’ 학교에서 만났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 반디자인물로부터 예측불허의 감각에 접속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뛰기와 뜨기

대체로 예술 노동이 몸을 동반한 온몸 운동이지만, 김재민이의 작업은 특히나 신체성이 두드러진다. 〈하인천 공장달리기〉에서 작가는 숨을 고를 때 한 번을 제외하면 계속 달린다.

‘왜 달려요?’라는 질문에 작가는 ‘공장은 천천히 걷기에는 너무 크다’라고 답한다. 뛰어야 비로소 찾아지는 감각이 있는 것이다.

김재민이의 뛰는 몸짓과 숨 가쁜 몸의 속도는 공장의 거대함과 변화의 속도 앞에서는 작고 사소하다. 오히려 이 극명한 대비가 우리를 멈춰 세워 변화를 감지할 시간을 갖게 한다.

작가가 뛰었던 공장 일대는 바닷물이 들어왔던 염전이었다고 한다. 파란 바다가 파란색 공장 지붕으로 덮였고, 미래에는 다른 무엇으로 덮일지 지금은 모른다. 〈염전의 추억〉은 소금물을 떠내며 과거를 ‘몸소’ 추억하고, 추적한다. 변화의 시간성에 작가 스스로를 놓아두는 것은 그것을 목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우리는 그 의지에 기대 역사의 지층을 목도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있지 않지만, 있는 곳

코스모40은 인천 가좌동이 공업지역으로 지정되며 들어선 거대한 코스모화학공장의 40번째 동이었다. 공장은 1970년대 초부터 2016년도까지 주로 황산을 정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소리적 상상력을 동원해 화학 정제소였던 시절의 사운드스케이프를 복각한다. 지금은 없지만 실제 했을 공장의 소리들을 인간의 목소리로 모사하는데, 이 성대모사들의 〈앙상블〉이 실제와 유사한지 아닌지를 알아낼 길은 없다. 그 간극은 실제와의 유사성의 유무를 떠나 멀고 긴 시간의 흐름 위에 놓인다.

해미 클레멘세비츠가 소리적 상상력을 통해 비가시적인 것들을 ‘생동하게’ 만들었다면, 이민지는 빛을 시제화함으로써 그것들을 수행한다. 〈빛의 파노라마〉는 인천의 소청도에서 바다와 면하는 인간의 기억을 과거와 현재, 미래 시제의 빛으로 담아내고, 〈스펙트럼〉은 또렷했던 재난이 흩어져가는 곳의 흔적을 담아낸다.

이민지의 사진은 사라진 빛의 잔류가 물질화된 것으로 그것은 순간을 포착한 것이라기보다 과거에서 미래에까지 도달할 어떤 ‘여정’을 그리게 한다. 지금은 있지 않지만, 있었던 곳이 다시금 있지 않게 되리라는 감각 안에서 현재에 대한 우정어린 시선이 함께한다.

 

작가들의 작업은 인천이라는 지역에서 만난다. 인천을 증명하거나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다만 인천은 어색한 방문자이자 성실한 관찰자로서 장면과 시간을 발췌한 단편들을 묶어주는 느슨한 장치로 기능할 뿐이다.

이 단편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앞문을 지나쳐 작게 난 뒷문으로 찾아 들어간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뒤로 난 쪽문으로 들어갔을 때 비로소 존재의 우연성은 필연이 된다. 요철과 구멍, 어긋남, 있었던 것, 시야를 흐리는 빛이 갖는 이 현존감을 《작자미상의 단편선》을 통해 만나길 바란다.

 

— 여혜진, 총괄 기획

 

 

*세부전시 정보는 https://www.cosmo40.com/whats-on 에서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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